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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어느 사단장님의 선물

칼럼/건강·문화|2019. 11. 26. 06:09
은행, 어느 사단장님의 선물
Ginkgo, a gift from the Major General 
 
아내와 저의 정성이 들어간 것입니다. 지역 향토사단의 사단장께서 평범하고 조그마한 종이 쇼핑백을 건네어 주신다. 입구가 열려있고 안이 훤히 보인다. 투명한 비닐 팩 속에 한 되 정도의 하얀 은행이 담겨있다. 더불어 우유 한 팩. 어느 친목모임이 끝날 무렵의 풍경이다.  
 
공관 주위에 은행나무가 많다. 요즘 군대는 공관을 관리하는 공관사병이 없다. 그래서 공관 주위를 청소할 겸해서 은행들을 줍다보니 제법 모았다. 아내와 같이 껍질인 육질층을 씻어내고 말려서 주위 분들에게 선물한단다. 우유팩은 내용물을 마시고 그 팩으로 은행을 넣어서 전자랜지에 볶아서 드시라. 선물의 배경 설명이 덧붙여진다. 오랜만에 훈훈했다. 은행, 아니 가슴 따스한 남자 덕분에, 
 
은행, 한자로는 은색(銀)의 살구(杏)이다. 은행나무하면 은행잎 덕분에 노란색을 연상한다. 실제는 은행열매의 표면은 은빛이다. 또한 살구처럼 생겼다. 이름이 그냥 있는 것이 아니다.  간혹 살구행세도 한다. 아니 혼동한다. 공자는 살구나무 아래서 제자들에게 강학을 하였었다. 행단(杏壇)이라 불린다. 이수란 강가의 행단이 그래서 유명하다. 그런데 이게 세월이 흐르면서 문묘나 사당 또는 절 등에 살구나무를 대신하여 은행나무를 심는 관습이 전해졌다한다. 지금도 은행나무를 학문이나 지조의 상징으로 살구나무와 혼용한다.  
 
노란 은행잎 단풍은 가을의 백미이다. 덕분에 붉은 단풍이 더욱 돋보인다. 낭만적인 은행나무이건만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바로 과실이 떨어져서 풍기는 냄새이다. 육질층이 부패하면서 풍긴다. 상한 버터 냄새처럼 역겹다. 물론 이런 냄새를 좋아하는 특이 체질도 있다. 어찌됐건 고약한 냄새 덕에 많은 민원의 대상이 되거나 관상수로의 거부감의 명분이 되었다. 색은 좋으나 향이 아쉬운 대목이다.  
 
하나 더 알고가자. 바로 독성이다. 은행에는 긴코톡신이란 독특한 자극적인 독성이 있다. 덕분에 은행의 육질층에 피부에 접촉되면 피부질환을 유발한다. 또한 은행을 너무 많이 먹으면 가끔 응급실에 실려 가는 경우가 생긴다. 여기서 너무란, 적어도 15개 이상에서 수 백 여개의 은행 열매를 지칭한다. 특이한 체질은 은행에 알러지 반응이 나타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에 대한 사람들의 애정은 대단하다. 우선 은행열매는 식용이나 각종 음식물의 첨가물로 사용된다. 신선로의 고명이나 구운 은행꼬지 등을 연상해 보시라. 간식이나 안주로서 은행만한 것도 많지 않다. 현대의 실험에서도 단백질. 지방. 칼슘, 비타민, 펙틴 등의 다양한 영양성분과 미네랄이 함유되어 있다. 영양학적으로도 매우 우수한 가치가 있다. 저열량이며 저지방 식품이라 다이어트에 좋고 기운을 회복하는데 도움을 준다.  
 
열매는 한자로는 백과(白果)라 한다. 겉껍질을 벗긴 은행을 참기름에 담갔다가 먹거나 구워서 먹는다. 은행은 특히 폐의 기운을 증진한다. 기침을 멈추게 하고 호흡을 편안하게 해준다. 천식이나 비염, 만성적인 기침 등에도 효과가 좋다.  
 
은행은 비뇨생식기에도 효과적이다. 방광기능에도 좋다. 잠자기 전에 익힌 은행으로 성장기의 아이들의 오줌싸개 증상을 개선한다. 여성들의 각종 자궁질환에도 효과적이다. 자궁의 냉증과 대하를 치료할 수 있다. 갱년기 증상 후에 오는 요실금을 개선하기도 한다. 특히 강장제와 혈액순환, 탈모증, 기침 가래 등에 효과가 있다.  
 
은행잎은 일찍부터 자연산 살충제다. 헝겊으로 싸서 집안의 구석진 곳에 놓으면 벌레들이 근접하지 못하였다. 잎에 함유된 ‘플라보이드’라는 성분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어릴 때 책갈피에 끼워두었던 은행잎이 실제로는 종이를 좀먹는 책벌레를 퇴치하는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현대의 약 중에도 심장혈관 질환이나 동맥경화 등에도 은행잎에서 추출한 성분을 활용한 약제가 시판되고 있다.   
 
은행나무도 마주서야 연다. 예전 속담 중에 한 구절이다. 암수 나무의 구분이 있는 은행을 빗댄 지혜이다. 사람도 일상을 대해야 서로 인연이 깊어진다. 우리는 모두 애타게 지음(知音)과 지기(知己)의 우정을 그리는지 모른다. 혹여 겨울이 춥다고 마음까지 닫고 사는지 반성해본다. 정성어린 선물인 은행을 대하면서 입동의 단상을 그려본다. 건강한 겨울을 기대한다.  
 
안수기
한의학박사
그린요양병원 대표원장
다린탕전원 대표
원광한의대 외래교수 
 
2019 11 15 21:36  월간 <전남매일> 안수기의 건강문화칼럼 기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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